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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과정: 일상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길-오이겐 헤리겔 『마음을 쏘다, 활』

2026-07-12

공부를 잘해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지식 습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스포츠나 예술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진실로 자신의 분야의 대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식과 기교의 습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멘탈적인 측면에서 자기 자신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지식과 기술의 완성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된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분야에서 완성을 성취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형의 경지가 아닐까?

『마음을 쏘다, 활』(1953년)은 독일 철학자 오이겐 헤리겔이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서 활쏘기의 경험을 통해 득도의 과정을 맛보고 온 체험을 기록한 에세이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기간 공부하는 수험생, 기예를 연마하는 예술가,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자 하는 스포츠 운동선수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연습으로 지쳐갈 때 즈음 읽어보면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헤이겔의 스승 겐조는 '그것'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스승의 가르침에 의심도, 반항도, 응용이나 꼼수나 그 어떤 것도 하지 말고 가르치는 대로 그대로 똑같이 할 것을 강요한다.

헤이겔은 일본식 도제식 교육의 절대복종의 숨막히는 과정을 머리로 이해시켜주지 않고 "그저 할뿐"을 강요하는 스승이 못미더워질때도 있고, 그 스스로도 과연 이런다고 '그것'이 가능해질까 의심을 버리지 못한다. 잘하려고 할수록 몸은 긴장하고 실패는 더해갈 뿐이다.

우리는 흔히들 강제적 주입식 교육, 주입식 공부방식이 창조력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나쁘다고 이야기하지만 더 나은 진보와 창조, 청출어람 같은 것이 가능해지려면 기본적인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연습량으로 강제로 때려박는 훈련기간이 필요하다.

겐조가 '그것'이 올 때까지 참고 인내하고 쉬지 않고 반복하라고 말하는데, '그것'이란 일종의 무의식의 상태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완벽한 기술과 진정한 혼연일체를 이루어 '자연히 이루어지는' 경지를 말한다.

선(禪: zen)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경지를 해탈, 즉 심리적으로 말하면 자아의 한계를 넘어선 피안의 영역에 도달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지만 자신이 속으로 재고 계산하고 걱정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 낸다.

겐조는 화살을 과녁에 맞추고 시험에 합격하고 예술가가 대회에서 상을 타고, 운동선수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 이런 것들은 단지 자신을 완성하는 수단일 뿐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아예 잊어버리고,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히 흘러나올때까지 하루하루 훈련하고 인내해나가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여 자기 자신을 던져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반복된 훈련과 기술 연마를 통해 충분한 기예를 닦았음에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오지 않고 좌절해 버리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탓'이고, 그것은 쓸데없는 의심과 걱정으로 하루하루 자신이 해야 할 그것을 꾸준히 연습하고 훈련하는데에 몰입하지 못한 탓이다.

무념무상의 태도가 본능적으로 달성되려면 영혼은 내적으로 고요한 정신 상태를 필요로 하며, 이것은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얻어진다. 호흡에 몰입하면 할수록 외부의 자극은 점점 퇴색된다.

외부의 자극에 자꾸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나 주변의 작은 어그로에도 못참고 걸려드는 사람들은 호흡에 몰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호흡에 집중하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자극에 대해서조차 면역이 생기고, 점점 모든 자극적인 것으로부터도 독립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당장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불쾌해해서는 안되고 또한 결과가 잘 나오더라도 기쁨에 빠져있지 않는 식으로 외부의 결과나 반응에 동요하지 않는 습관을 익혀야 한다. 자기자신이 기쁨과 고통 사이를 오가는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자기라는 존재의 마음을 비우고 무아의 상태로 꾸준히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머리로 반응하기 전에 몸이 알아서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공부의 과정이나 기예 습득의 과정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적 통달의 과정에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정신적 깨달음의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인간은 힘든 과정을 반복하는 고역속에서 괴로움에 빠져버리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고통스러운 반복으로 내면의 안정과 자아의 확장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마음을 비우고 집착하지 않아야 '시크릿'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들은 자기해방의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훈련과 배움의 과정은 물론 고통스럽고 힘든 것이지만 그것을 버텨내어 자신을 성숙시켜 나가는 과정은 분명 정신적 안정과 도덕적 정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은 완전한 몰입을 할 때 비로소 정신적 안정과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치유의 감정을 갖게 된다.

그저 할 뿐

by LectorYoon